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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그리스 철학

소크라테스의 변명(2)

소크라테스의 2차 변론

아테네 사람들이여, 나 자신에게 어떤 형벌이 적절한지를 제시해보겠습니다. 이는 내가 마땅히 받아야 할 형벌이겠지요? 그렇다면, 어떤 형벌이어야 할까요? 내가 평생에 걸쳐 한 일에 나는 어떤 형벌을 받거나, 얼마의 벌금을 물어야 마땅하겠습니까? 
나는 일생 동안 남들과 같은 평범한 삶을 살지 않았고, 돈 버는 일, 가정을 돌보는 일, 장군이 되는 일, 인기 있는 웅변가가 되는 일처럼 많은 사람이 추구하는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나는 모든 공직은 물론이고, 이 나라에서 벌어지는 정치적인 음모나 결사에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나는 자신이 실제로 정직하고 을곧아서, 그런 일들에 관여했다가는 살아남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그런 일들에 관여했다가 죽는다면 여러분이나 나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일들에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여러분 각자에게 최대한 도움을 주려고, 여러분을 일일이 개인적으로 만났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자기 일들에 관심을 갖기 전에 먼저 스스로 돌아보아 가장 선량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이 나라의 일들에 관심을 갖기 전에 먼저 이 나라 자체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다른 일과 관련해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집요하게 설득해왔습니다. 
나는 그런 사람인데, 도대체 어떤 대접을 받아야 하겠습니까? 아테네 사람들이여, 내가 실제로 한 일들에 근거해서 판단을 받는다면, 그것은 상賞이어야 하고, 내 수고에 합당한 상이어야 합니다. 여러분에게 조언하는 일을 하느라고 쉬지도 못해 휴식이 필요한 가난한 은인에게 어떤 상이 합당할까요? 아테네 사람들이여, 그런 사람에게는 정부 청사에서 무료로 식사를 대접하는 것보다 더 합당한 상은 없습니다. 올림피아 대회에서 말 한 필이나 두 필, 혹은 네 필의 전차 경주에서 우승한 사람보다도 그런 사람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쪽이 훨씬 더 합당할 것입니다. 그 우승자가 여러분에게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면,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음식을 제공하는 것은 그에게는 필요하지 않지만, 내게는 필요하지요 . 그러므로 내가 실제로 한 일에 근거해서 나에 대한 평결을 제시해야 한다면, 그것은 정부 청사에서 무료로 식사 대접을 받는 것입니다. 내가 이렇게 말한다면 여러분에게는 앞에서 내가 동정과 애원에 대해 말했던 때와 마찬가지로 고집스럽고 완고한 모습으로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아테네 사람들이여 , 사실은 이렇습니다. 나는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해악을 입힌 일이 결코 없지만,우리가 대화를 나눈 시간이 짧았기 때문에, 그것을 여러분에게 설득할 수 없었습니다. 만일 다른 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에게도, 사형에 해당하는 사건에 대한 심리를 단지 하루에 끝내지 않고 여러 날에 걸쳐 진행해야 한다는 법률이 있었다면, 나는 여러분을 설득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랜 세월 비방과 모함으로 깊게 부리 박힌 편견을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해결 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그 누구에게도 해악을 입힌 일이 없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내가 죄를 지어 형벌을 받는 것이 마땅함을 인정하고 자신이 받아야 할 형벌을 스스로 제시함으로써 자신을 부당하게 대하고 단죄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내가 무엇이 두려워 그렇게 하겠습니까? 

아마도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겠지요. “소크라테스여, 우리에게서 떠나 조용히 편안한 삶을 살면 되지 않겠습니까?” 내가 그렇게 살 수 없다고 하면 납득하지 못 할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은 신께 불복종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조용히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나는 말합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내가 그럴 듯한 말로 속이고 있다고 생각하며 내 말을 믿어주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여러분이 지금껏 들어왔듯이, 미덕을 비롯한 여러 주제를 놓고 사람들과 매일 대화하면서 나 자신 및 다른 사람을 성찰하는 일은 인간에게 최고선이기 때문에, 그런 식의 성찰이 없는 삶은 아무런 가치가 없는 무의미한 삶이라고 나는 말 합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더더욱 믿지 않겠지요. 아테네 사람들이여, 나의 이런 말은 사실인데도, 그것을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3. 소크라테스의 3차 변론


선고 절차가 진행되고 소크라테스에게 사형이 언도되자, 소크라테스는 계속해서 자신의 최후변론을 이어갔다. 

내게 사형을 선고한 아테네 사람들이여, 제우스를 걸고 맹세하건대, 내가 죽자마자, 여러분이 내게 가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가혹한 형벌이 여러분을 덮칠 것임을 나는 분명히 말해두는 바입니다. 여러분이 지금 내게 이렇게 한 것은, 나를 죽이면 여러분의 삶이 비판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단언하건대, 그런 것과는 정반대되는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 여러분을 비판하고 고발하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생길 것입니다. 여러분은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지금까지는 내가 그런 사람들을 억제해왔습니다. 이제 그들은 나이가 젊기 때문에 더 가혹 하게 비판할 것이고, 여러분은 더 분노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을 비판하는 자들을 사형에 처해서, 자기 삶이 올바르지 않다고 누군가가 비판하는 것을 막으려고 한다면 크게 잘못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비판을 모면하려는 시도는 가능하지도 않고 고상하지도 않습니다. 가장 고상하고 쉬운 길은 여러분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입을 막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가장 선량 한 사람이 될 수 있을지 직접 관심을 갖고 스스로 그렇게 되려고 하는 것입니다. 

아테네 사람들이여, 내 아들들이 다 커서 성인이 된 후에, 미덕보다도 재물이나 그 밖의 다른 것에 관심을 둘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눈에 그렇게 보인다면, 전에 내가 여러분을 고통스럽게 했듯이, 이번에는 여러분이 그들을 벌하여 고통스럽게 해주십시오. 그리고 그들이 아무것도 아닌 존재인데도, 마치 자신들이 무슨 대단한 존재라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고 처신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내가 여러분에게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그들은 마땅히 해야 할 일에는 관심을 쏟지 않아 전혀 쓸모없는 자들임에도 마치 자신이 쓸모가 있는 것처럼 잘못 생각하는 것이니 착각하지 말라고 그들을 꾸짖어 주십시오. 그렇게만 해준다면, 나와 내 아들들은 여러분에게 제대로 대접을 받은것입니다. 
이제는 떠날 시간이 되었습니다. 나는 죽기 위해 떠나고, 여러분은 살기 위해 떠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중에서 어느 쪽이 더 나은 곳을 향해 가고 있는지는 오직 신 외에는 아무도 모릅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플라톤의 대화편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서양 철학의 근간이 된 소크라테스 사상의 정수를 한 권으로 만나다그리스어 원전 완역본으로 읽는 인류 최고 지성인의 영원한 유산참된 진리 앞에서 죽음도 기쁘게 받아들인 탁월한 지성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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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처럼 너무 굳고 꼿꼿하면 결국에는 부러질지 모른다.

그러나 꺽이고 부러지더라도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저항했던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모습을

그의 제자 플라톤의 입을 통해 오늘날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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